[만남이 좋다] "시화공단 중소기업 사장 공통점…정이 저절로 쌓여요"

입력 2016-03-09 18:49  

한국산업기술대 명예박사들의 모임 '산박회'

2008년 결성, 14명 회원
산기대 졸업 학생 채용에도 적극
'제조업은 3D' 생각 바뀌었으면



[ 이미아 기자 ]
“우린 모두 시화공단에서 함께 일하는 동지입니다. 명예박사 학위를 준 한국산업기술대도 공단 안에 있고요. 아마 명예박사들끼리 이렇게 정기적으로 모이는 건 여기가 유일할 겁니다. 가까운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정이 저절로 쌓이죠.”

한국산업기술대(산기대) 명예박사의 모임 ‘산박회’ 회원들은 지난 8일 경기 시흥시 산기대 안에 있는 시흥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산기대는 산학협력과 졸업생 취업 연계, 중소기업 경영정보 공유 등을 위해 2003년부터 시화공단 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중심으로 명예박사 수여제를 시작했다. 산박회는 산기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중소기업 CEO들이 2008년부터 결성한 친목단체다. 14명이 활동 중이며, 아무리 바빠도 1년에 최소 3~4번은 모인다.

이날 모임엔 산박회 회장이자 산기대 명예박사 1호인 조시영 대창 회장(72), 시흥상공회의소 회장인 서재열 한립 대표(68),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 이연배 오토젠 대표(70), 산박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전병진 명진산업 회장(67), 지난 2월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며 산박회 ‘막내 회원’이 된 박주석 마팔하이테코 대표(57) 등 산박회 회원 5명과 이재훈 산기대 총장이 참석했다. 이 총장은 “산기대에선 명예박사 학위 대상자를 선정할 때 인성과 주변 평판, 사회공헌활동을 매우 중시한다”며 “산박회 회원이 학교에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기부하고, 대학 운영 자문과 채용 연계에도 적극 나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최근 경영상황과 경제동향 등에 대해 얘기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각자의 사연이 나왔다. 산박회의 ‘맏형’인 조 회장은 “1968년 당시 직장인 평균 월급이던 3만원을 들고 비철금속 분야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며 “그땐 워낙 고성장 시대였기 때문에 물건을 제조하면 팔 곳이 있었지만 이젠 그런 시대가 지난 지 오래고, 포화상태에 다다른 제조업의 구조조정과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털어놨다. 서 대표는 “아무리 제조공정 자동화가 이뤄졌다 해도 ‘제조업은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업종)’란 고정관념을 뒤집기 힘들다”며 “학생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만 가려 하는 건 그런 인식을 심은 학부모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모임에서 유일한 여성 CEO인 이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전만 하더라도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을 안 했다”며 “외환위기가 터진 뒤 회사가 부도 직전까지 가자 아들이 ‘등짐을 져서라도 부모님을 책임지겠다’며 시화공단 공구상가에 있던 근로자 숙소에서 잠을 자며 현장에서 뛰었다”고 회상했다. 전 회장은 “소니 협력업체가 되기 위해 신청서를 냈는데, 당시 심사 항목 중 CEO의 사회적 기여 평가가 있어 깜짝 놀랐다”며 “산기대 명예박사가 된 이후엔 전보다 행동과 마음가짐을 좀 더 단정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때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산기대 출신 학생을 매년 두세 명 뽑고 있는데 현장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청년 창업에 대해선 이구동성으로 “젊은이들에게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 전 중소기업에서 먼저 일해보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중소기업에선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회사 운영 시스템을 익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충성심이 강하고 배신하지 않는 사람이 훗날 독립해 창업해서도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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